✅ 고물가에 식품업체들이 일부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고 있어요.
✅ 가격과 양은 그대로인 대신 품질과 서비스를 낮추는 경우도 있어요.
✅ 현행법상 고지 없이 제품 용량을 줄여도 포장 표시와 일치하면 문제 되지 않아요.
과자 양이 줄어든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응 아니야~
사원님! 요즘 과자나 만두 등 식품을 사 먹는데 이상하게 예전보다 양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나요? 기분 탓이 아니에요.🙅 실제로 식품업체들이 일부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낮추고 있거든요! 이런 현상을 두고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이라고 하는데요.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 가격과 내용물은 유지하면서 용량만 줄여 실질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두는 걸 말해요. 보통 📈고물가 시기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지난달 20일, 동원F&B가 중량을 기존 5g에서 4.5g으로 0.5g 낮춘 ‘양반김’을 소매점에 납품하기 시작했고요. 지난 6월에도 대표 제품인 ‘동원참치라이트스탠다드’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만 낮췄어요. 또 지난 7월에는 해태제과에서 ‘고향만두’의 용량을 기존 415g에서 378g으로 줄였고요. OB맥주는 지난 4월 맥주 ‘카스 375mL 묶음 팩’의 제품 용량을 1캔당 5mL씩 줄였어요. 슈링크플레이션은 사실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지난해 오리온, 농심, 서울우유가 일부 제품의 중량을 각각 5g씩 줄었어요. 이에 대해 식품업체들은 원부자재값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가격도 용량도 그대로인데, 품질이 좀…?🤨
한편, 가격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품질과 서비스를 ↘낮춰 비용을 절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현상을 인색하게 군다는 뜻의 ‘스킴(skimp)’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라고 해요. 가격과 용량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값비싼 고급 재료를 좀 더 싼 품질이 낮은 재료로 바꾸거나 비슷한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마요네즈에 값비싼 달걀 노른자 함량을 낮춰 제품을 판매했어요.
국내에서도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7월 ‘델몬트 오렌지·포도 주스’를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둔 채 안에 들어가는 과즙 함량만 기존 100%에서 80%로 낮춰 출시했고요. 지난해 9월 롯데리아는 기후 여파로 🥬양상추 가격이 급등하자 일부 매장에서 🍔햄버거에 양상추와 양배추를 섞어서 제공해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맥도날드는 양상추의 양을 줄이거나 아예 빼는 식으로 제조했고요.)
식료품뿐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스킴플레이션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디즈니월드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복귀 과정에서 티켓 가격은 그대로인데, 주차장을 오가는 트램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방문객들은 주차장에서 테마파크까지 2km를 걸어야 했고,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하자 이후 천천히 서비스를 재개했어요.
이래도 문제 안 되는 거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같더라도 제품의 중량이 줄거나 품질이 저하됐으니 결과적으론 가격이 ↗인상된 셈인데요.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는 행태일 수 있지만, 현행법상 고지 없이 제품 용량을 줄여도 포장 표시와 일치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일각에서는 결국 원재료 값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일정의 ‘꼼수’라고 지적하는데요. 이에 가격 변동처럼 용량 변화 역시 기업이 소비자에게 사전에 공지해야 하고, 정부도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올해 초부터 정부는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해오고 있지만 이후 가격을 올리는 대신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원가 부담이 커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아무런 고지 없이 용량을 줄이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씁쓸하네요.